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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너 긁으니 나도 가렵다, 우리 불편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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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겨허헝 작성일 20-05-05 20: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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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몸 긁으면 옆에서 따라 해
가깝지 않은 사이에서 두드러져
하품 전염은 공감, 몸긁기는 부정적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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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머리를 긁적이면 나도 머리가 가려워진다. 가려움도 하품처럼 전염되는 것이다. 다만 하품의 전염은 가까운 사이에서 감정을 공유하는 행동이지만 몸을 긁는 행위는 불편한 감정 상태에서 전염된다는 점이 다르다.

벨기에 앤트워프대의 단 라메리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미국 영장류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오랑우탄들은 하품을 따라 하듯 동료가 몸을 긁으면 따라 긁는다”고 발표했다.

하품의 전염은 연구가 많이 됐지만 몸을 긁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은 그다지 관심을 얻지 못했다. 영장류에서는 2004년에 일본 원숭이에서 처음 가려움의 전염이 확인됐으며, 2013년 붉은털원숭이에서도 같은 행동이 관찰됐다. 2017년에는 생쥐도 모니터에 보이는 다른 생쥐가 몸을 긁으면 같이 긁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라메리스 교수 연구진은 이번에 네덜란드에서 사육 중인 보르네오 오랑우탄 9마리를 연구했다. 하품을 따라 하는 행동은 관찰하지 못했지만 가려움의 전염은 확인했다. 오랑우탄은 다른 오랑우탄이 몸을 긁으면 90초 안에 따라 했다.

◇가려움은 친하지 않을 때 더 잘 전염

연구진은 이번에 가려움의 전염이 어떤 감정 상태에서 이뤄지는지도 조사했다. 오랑우탄들은 안정된 상태보다 긴장된 상황에서 누가 몸을 긁으면 더 잘 따라 했다. 특히 상대가 그리 친하지 않을 때 가려움이 더 잘 전염됐다. 그렇다면 몸을 긁는 행위의 전염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와 관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몸을 긁는 행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보여준다. 라메리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영장류는 상대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포식자의 공격을 받을 때처럼 감정이 고양된 상황에서 몸을 긁는 일이 늘어난다”며 “몸을 긁는 행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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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긁기는 부정적 감정의 증거일 수도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이 고양된 개체는 종종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해 다른 동료에게도 스트레스를 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대를 잘 알지 못하거나 가족이 아닌 동료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라메리스 교수는 “만약 친구나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마도 다가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묻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낯선 이가 그렇다면 왜 그런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두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누군가 몸을 긁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 같이 긁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몸을 긁는 행위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이 전달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라메리스 교수는 “처음 몸을 긁는 오랑우탄의 감정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측정하지 못했으며 이 감정이 관찰자에게 전달되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연구에서 가려움의 전염이 부정적인 감정 상태와 연관돼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 2012년 영국 헐 대학 연구진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팔뚝을 긁는 영상을 보여주면 실험 대상의 64%가 한 번 이상 자신의 팔을 긁었다고 발표했다. 모르는 사람이 몸을 긁어도 따라 하는 셈이다. 특히 심리검사에서 신경질이 심한 사람일수록 가려움에 더 잘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품은 가까운 사이에 더 잘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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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도 잘 전염되지만 가려움과 맥락이 정반대이다. 잘 아는 사람끼리, 그리고 공감(共感)하는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더 잘 전염되기 때문이다. 2013년 스위스 연구진은 다른 사람을 따라 하품을 한 사람의 뇌에서는 ‘거울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작동했다고 밝혔다. 거울 뉴런은 가족이나 연인이 아프면 나도 아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작동하는 곳이다. 하품을 따라 하는 행동은 일종의 공감이라는 것이다 .

 

실제로 사람이든 원숭이든 낯선 상대보다 가까운 동료가 하는 하품에 더 잘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나 하품의 전염이 감정적 유대를 위한 행동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원숭이들은 동료에게 털 고르기를 해줄 때 집중적으로 하품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털 고르기는 위생을 위한 실질적인 목적보다는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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