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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냄새 by 클리앙 히다리키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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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아르파마 작성일 19-07-11 11: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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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냄새 by 클리앙 히다리키키님

냄새는 기억입니다. 냄새는 어떤 사람이 떠오르게 만드는 기억의 실마리 입니다. 얼마전 동네에 새로 생긴 무한리필 갈비집에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다 문득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서는 늘 갈비 냄새가 났습니다. 늦은밤, 엄마는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돌아옵니다. 선잠 들었던 나는 엄마가 오면 눈을 비비며 일어납니다. 아직 찬 밤공기가 고스란히 뭍어있는 엄마 품으로 달려듭니다. 찌릿한 한기에 정신이 번쩍듭니다. 그럴수록 엄마 옷섶에 깊이 파고듭니다. 옷 구석 구석에서 갈비 냄새가 진동합니다. 맛있는 냄새입니다. 나는 집요하게 그 냄새를 맡습니다. 한참 뒤 엄마가 밀어낼 때까지 그 킁킁거림은 계속됩니다.

엄마의 냄새는 엄청난 축적입니다. 한 번의 서빙으로 배인 가벼운 냄새가 아닙니다. 아침 아홉시부터 밤 열시까지 골백번은 굽고 치워낸 숯불 위의 갈비향이 겹겹히 쌓인 깊은 냄새입니다. 피곤한 노동, 고단한 삶이 켜켜히 쌓인 진한 향입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한 뒤 엄마는 한참 일을 쉬었습니다. 그때 엄마는 안 하던 화장을 했습니다.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바르고 분홍 립스틱도 칠했습니다. 엄마에게서는 짙은 화장품 냄새가 났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아닌 예쁜 냄새였습니다. 학교까지 데려다 주던 그길에도 그 냄새가 났습니다. 집 근처 놀이터에서 같이 그네를 탈 때도 그 냄새가 났습니다. 내가 경험한 엄마의 냄새 중 가장 따뜻한 향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가진 못했습니다.

다시 엄마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참은 엄마에게서 된장찌게 냄새가 났습니다. 한참은 곰탕 냄새도 났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엄마에게서 음식 냄새 대신 진한 땀 냄새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며칠 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로 돈 많이 준다는 공사현장에 나갔으나 몸살이 심하게 난 뒤 다시는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도 아주 오랫동안 엄마에게서는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이제 엄마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만큼 늙었습니다. 맛있는 냄새도 사라졌습니다. 엄마는 다시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바릅니다. 보행 보조 유모차를 끌고 여기 저기 누비며 그 냄새를 퍼뜨리고 다닙니다. 언젠가처럼 예쁜 냄새를 풍기고 다닙니다. 내 기억속에 가장 따뜻했던 그 냄새 입니다. 오래 오래 더 맡고 싶은 엄마의 그 냄새 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냄새로 기억될까?' 아무리 씻어낸들 생선을 다루는데 비린내가 안 날리 없습니다. 어쩌면 늦은밤 나에게 달려든 녀석들도 아빠의 냄새를 그렇게 기억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먼 훗날 동네 횟집에서 소주 한잔 하다 지금의 나처럼 아빠를 기억해낼 수도 있겠지요. 비린내와 고된 노동으로 범벅 된 그 냄새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잘쓴글이라서 퍼와봤어요.

저도 글 잘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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