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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이드 본부 근황 - 폐교 생활 백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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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겨허헝 작성일 20-08-02 15: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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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식물

4주 째 비가 내립니다.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면 텃밭은

병해충 밀도가 올라갑니다.

 

우리나라 시설하우스의 발전은

겨울 때문이라가보다는 이런 비가림을 통한

병해충 방지의 목적이 더 큽니다.

멈추지 않는 비로 인해서

폐교의 작은 텃밭에도 곰팡이성 병해가 찾아왔습니다.

곧 수확할 예정이니 따로 약재는 살포하지 않습니다.

비가 계속 오면 약재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수확할 것들이 꽤 보입니다.

수박은 곧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세 포기에서 먹을 만한 수박이 아홉 개나 달렸습니다.

수박은 두드려도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꼭지와 줄기가 만나는 부분을 유심히 보세요.

꼭지 끝이 눈에 띄게 좁아지면

대략 익었다는 뜻이니 수확해도 됩니다.

토마토가 익어갑니다.

벌레에 물어 뜯겨서 생긴 흉터가 있어요.

깻잎은 먹어도 먹어도 계속 자라납니다.

부추는 짧게 잘라줘야만 더 잘 자랍니다.

오이는 현무와 저의 간식입니다.

옥수수는 일주일 후 수확할 예정입니다.

이걸 어떻게 다 먹지?

상추는 꽃대가 올라왔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면 상추의 수확 수명은 끝이 납니다.

열심히 뜯어 먹은 상추를 제거합니다.

새로 심을 거예요.

음…

역시나 애호박이 아닙니다.

낑겼어요.

이번엔 시장표 모종이 아닙니다.

근본이 확실한 아이로 심습니다.

잘 발아했습니다.

풀들 사이로 꽃도 피었네요.

상사초(상사화), 라고 해요.

상사는 잎이 있는 동안은 꽃이 피지 않습니다.

잎이 져야지만 꽃이 피죠.

잎은 꽃을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습니다.

내내 꽃을 기다리지만 결국 사그라듭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다 걸리는

상사병처럼요.

I 동물

청이와 용이는 부쩍 커졌습니다.

숨숨집이 작아져 쓸모 없어졌어요.

더 큰 숨숨집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주작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큽니다.

거위다스 신발을 신었던 구작이는

잘 걷습니다.

막작이(막내)는 구작이 앞에서 걷는 작은 아이예요.

주작이들은 병아리티를 벗고

점점 흰색 깃털이 나기 시작합니다.

팔작이는 왜 때문에 회색털이 나는 걸까요.

오랑캐인가.

주작이들과의 리벤지 매치할 보리가 준비되었습니다.

이번엔 보리들이 탈모를 면할 수 있을까요.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주작이들을 얕잡아 보면 안 됩니다.

탈모가 왔습니다.

심하게 왔습니다.

재생 가능하게는 해주면 안 되겠니.

풀 먹기 훈련이 끝났으니…

가자 제초기들아.

운동장에는 풀이 이토록 많습니다.

풍족한 뷔페식 식사 시간입니다.

비 오는 날에도 출동합니다.

주작이들은 얕은 물에서 첨벙거리는 걸 좋아해요.

거기 아니야. 이리 온.

오늘은 여기서 풀 뜯으면 됩니꽥?

뇸뇸뇸뇸.

닭 응가(계분)는 냄새가 나고 독성이 있어서

바로 거름으로 사용 못하지만

거위의 응가는 냄새가 거의 없고 독성이 없어서

바로 땅의 거름이 됩니다.

주작이들이 머문 자리는 아름답습니다.

풀이 점점 없어집니다.

학교 부지를 두르는 울타리 작업도 마무리되었습니다.

2m~2.5m 높이의 철망입니다.

고라니 맷돼지가 있고

닭 물어가는 족제비도 있고 …

오소리도 있고 … 매도 있고 …

반달가슴곰도 있 ….

응?

주작이들은 1.5m까지 체급을 키우면 깡패가 됩니다.

그때까지는 울타리의 보호가 필요해요.

현무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울타리 덕분에 학교 부지 안에서는

목줄을 안 해도 되니까요.

물론 함께 산책하는 사람은 힘듭니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더 빨라요.

'프로'개니까요.

겁 많은 백호는 창문을 열어놔도 멀리 나가지 않습니다.

사람이 안 보이면 도로 방으로 들어와요.

계속 지켜보는데, 다행히 독이 되는 풀은 안 먹습니다.

본능적으로 아나 봐요.

꿀벌들은

음…

꿀벌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릴게요.

할 말 많지만 지금은 하지 않…


주작이들 이야기

일작

일작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해도 박스 부화기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봤었죠. 그렇게 가장 먼저 태어난 일작이는 본부 파티원들의 환호 속에서 알을 깼습니다. 일찍 태어나 리더가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일작이는 태평한 성격입니다. 방관자랄까요. 몸집이 크니 권력은 있는데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 음. 그래요. 말년 병장 같은 느낌입니다.

이작(왕작)

왕작이는 알부터 컸습니다. 불과 몇 분 만에 알을 깨고 나왔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제대로 걸어서 모두를 놀라게 했죠. 몸집은 계속 쑥쑥 커지고 제일 먼저 가슴털(구스다운)도 났습니다. 신기한 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리더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겁니다. 낯선 사람이 오면 다른 주작이들은 지키겠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서 날갯짓하고. 낯선 먹이도 제일 먼저 먹어보고요. 주작이들을 이끌고 움직이며, 빽빽거리는 주작이를 단속하는 것도 왕작이의 몫입니다. 왕작이는 훌륭한 리더입니다.

삼작

가장 노란색 병아리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병아리와 가장 흡사했어요. 색이 진해서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는데 지금은 다른 주작이들과 비슷해졌습니다.

사작

병아리 계의 원빈. 얼굴이 가장 예쁘게 생겼어요. 모태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역시 비슷해져서 삼작이와 구별이 잘 안된다는 슬픈 현실.

오작(백작)

하얗습니다. 털도 가장 하얀색에 가까웠고요. 다리도 하얗고 길어서 길쭉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른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지박령이 '백조 아니야?'라고 의문을 품었습니다. 성격도 특이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함께 자고 함께 움직이는 반면, 백작은 남달랐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먹을 때 자고 다른 아이들이 잘 때 혼자 먹는,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스타일입니다. 다른 아이들이 계속 먹는 것과 달리 먹고 싶을 때만 먹어요. 그런데도 키는 제일 큽니다. 약간 한량 같아요. 현재는 몸집도 가장 큽니다.

육작

태어나자마자 요단강을 건너 저승사자와 하이파이브하고 돌아온 육작이입니다. 털 관리는 고사하고 목도 가누지 못해서 걱정이 많았어요. 친구들에게 쪼일 것이 걱정되어 별도의 공간에서 며칠을 보냈었죠. 사료와 물도 먹지 못해서 주사기로 먹여줘야 했습니다. 다행히 사흘 차에 정신을 차리더니 조금씩 나아져서 지금은 멀쩡해졌어요.

칠작

등에 단풍 무늬가 있어서 구분이 쉬웠는데,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칠작이부터는 윗작이들과 분리된 합숙소에서 키웠습니다. 불과 며칠 빨리 태어난 윗작이들과 몸집 차이가 컸거든요. 뒤늦게 태어난 주작이들이 머무는 그 별도의 공간에서는 칠작이가 왕이었어요. 사실 왕이라기보다는 깡패였어요. 듬직한 리더인 왕작이와 달리 칠작이는 애들을 쪼고 괴롭히는 편이었죠. 그러다 합사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하던 대로 윗작이들을 쪼고 다니던 칠작이는 왕작이에게 뚜까맞고 구석에 찌그러졌습니다. 풀이 죽은 줄 알았는데 다음날부터는 왕작이 옆에 딱 붙어 다니더라고요. 권력 지향형 주작입니다.

팔작

팔작이는 가장 많이 빽빽거리고 우는데, 그래서 윗작이들에게 자주 뚜까맞습니다. 크게 우는 주작이는 윗작이들의 단속 대상입니다. 천적에게서 자신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입니다. 그런데... 회색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왜 때문인가.

구작

발이 접힌 채 태어났습니다. 육작이 때 어쩔 줄 몰라 했던 것과 달리 이미 체계가 잡힌 의료시스템(?)이 있어서 바로 교정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걸을 수 있게 되어서 무리에 잘 섞였습니다.

십작(막작)

막작이는 알부터 작았습니다. 거위 알보다는 달걀에 가까운 크기였어요. 가장 작은 알에서 가장 작은 막내, 막작이가 태어났습니다. 작을 뿐 건강해요. 다리가 짧아서 왕작이가 한 걸음 걸을 때 다섯 걸음 걸어야 하지만요. 성격은 가장 스위트 합니다. 격리되어 자라서 잘 어울리지 못하던 육작이를 챙겨주고, 혼자 떨어져 있는 육작이의 곁에 누워준 것도 막작이입니다. 귀여움에 스위트함까지. 막작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렇게 주작이 식구들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원했던 마리 수는 프로개 2마리, 지박령 4마리, 드워프 5마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부화해서 대식구가 되어버렸어요. 사실 주작이를 키우기로 했을 때 가장 걱정한 건 아이들의 수명이었습니다.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60년까지 사니까요. 60년이면 우리 나이가… 음. 고민하는데 드워프(우리 중 가장 어림)가 '내가 100살까지 살아볼게!'라고 선언해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주작이들을 한 마리씩 소개한 이유는 왕작이 때문입니다. 주작이들 중 한 마리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왕작이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우리는 사실 육작이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목도 가누지 못하고 며칠을 보낸 데다가 먹이도 잘 먹지 못했습니다. 앞에 가져다줘도 다른 주작이들에게 빼앗기기 일쑤였고요. 어린 거위는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며 한데 모여서 자는데 육작이만이 무리에 끼지 못했었죠. 혼자 떨어져 있었고, 막작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곁에 가서 누워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무리에 껴서 안심했을 때쯤이었습니다.

갑자기 왕작이가 죽었습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차갑게 식어 있었어요. 우리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황했죠. 각오했던 육작이도 아니고, 왕작이라니. 저녁 점호 때까지만 해도 뽕뽕하게 차오른 가슴 털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충격이 두 배였습니다.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네요.

사실 우리가 밥을 주고, 청소해 주기는 했지만 주작이들을 이끌었던 건 왕작이였습니다. 초보 사육사라 어쩔 줄 몰라 했던 우리와 달리 왕작이는 처음부터 주작이들을 이끌고 단속했죠. 그래서 의지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육아를 나눠서 한 느낌이랄까요.

리더를 잃어버린 주작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했는데, 녀석들은 본능처럼 일작이 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래서 말년 병장 일작이는 강제 리더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마치 왕작이를 잊은 것처럼 잘 지냅니다.

오히려 상실감을 느끼게 된 건 사람이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왕작이는 훌륭한 리더였거든요.

잘 가. 왕작아.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네가 좋아하는 상추와

새싹보리가 가득 있을 거야.

거기서 기다려.


Q &A

Q. 모두의 pH 책 후원에 참여하고 싶어요.

링크의 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

https://blog.naver.com/professionaldog/221844604027

<모두의 pH> 추가 후원 모집

모두의 pH 프로젝트 텀블벅 펀딩 페이지 (프로젝트 소개) https://tumblbug.com/weph 펀딩 마감 안내 ht...

blog.naver.com

Q. 모두의 pH 책을 이후 서점에서 구할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정식 출간 계획이 없습니다.

이후에 요청이 많아져서 출간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개정판을 내야겠다고 결심할 때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심을 언제할지는 모름)

Q. 폐교를 방문해도 되나요?

방문 요청 문의를 많이 받고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모두 거절하고 있어요.

요청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서

방문을 받게 되면 현생(?)이 힘들 것 같기도 하고

프로개 NPC가 항상 이곳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요.

폐교에 함께 머무는 다른 파티원의 사생활 문제도 있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초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볼게요.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면

블로그를 통해 공지하겠습니다.

Q. 유튜브 해주세요 .

계획은 있습니다. 아직은 아니고요.

<모두의 pH> 부터가 우선인듯해요.

지금은 테스트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유튜브에 쓸 콘텐츠를 소진한다며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계세요.

여러분의 후원과 응원이 저를 이곳 폐교로 이끌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살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가볍게 소식을 전하는 것도 마땅한 책임인 것 같아요.

모두의 pH 테스트가 끝나면

블로그와 함께 유튜브도 병행해볼게요.

외장하드에는 아직 풀지않은

히든 사진과 동영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I 그래서

유튜브 채널 이름을 공모합니다.

댓글로 작성해 주세요.

8월 5일까지 작성된 댓글 중 네 분을 뽑아서

수확한 찰옥수수를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심사 기준은 드루이드 본부 파티원 4인방 맘대로입니다.

'~채널', '~TV'같은 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프로개님의 활동,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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